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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트레이크 시티.


웹페이지를 이것저것 만들고 코딩하고 다듬다가 편하게 살기로 마음먹었을 즈음, 나는 갑자기 솔트레이크 시티에 꽂혔다.

사실 이 도시에 대해 아는 건 하나도 없다. 공항편 목록에서 유타 주에 있다는 것만 어렴풋이 알았지 딱히 제대로 아는 게 없었다.

하지만 왠지 그런 순간이 있지 않은가. 무언가를 고민할 때 퍼뜩 떠오른 것이 갑자기 너무 마음에 들고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을 때. 내게는 솔트레이크가 바로 그것이었고, 그래서 내 도메인은 어쩌다보니, 그러나 확고한 결심 하에 saltylake가 되었다.


원래는 silent sea 정도를 고려하고 있었다. 고요한 바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지만 원형은 침묵의 바다 혹은 '무음의 바다' 이다.

 

사람들은 모두 각자가 생각하는 삶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내겐 오랫동안 그것이 바로 이 '무음의 바다' 였다.

이 이미지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가로놓인 백사장과 시리게 빛나는 바닷물이 있는 그런 바다. 파도도 치지 않는, 아무 소리도 없는 고요한 바다. 귀가 멀어버린 것처럼 아무런 소리가 없는 바다. 


백사장의 나무그늘 하나 없는 뙤약볕이 닿는 모든 것을 오그라붙게 만들고, 살갗이 타들어가 화상을 입을 것 같이 쨍한 태양빛이 내리쬐는. 손으로, 웅크린 무릎으로 버석한 모래가 무수히 파고들고, 너무 오래 햇빛에 말라붙은 모래에선 먼지같은 냄새가 날 것이다. 


그 속에서 달리 피할 곳도, 아무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웅크려 기다리고 있는 것. 그리고 그 망연한 모래들 속에 사금파리같이 숨어 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들을 간신히 찾아 꼭 쥐고 놓치지 않는 것. 바로 이것이 내게 떠오른 삶이었다.


너무도 정확한 아득함을 담고 있는 이미지는 어느 순간 떠올라 잊히지 않는 표상이 되었다. 황량한 사막과도 같이 아무도 없고, 무엇도 없는. 물론 이 느낌을 누구에게도 완벽하게 전달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가끔 단 몇 개의 단어로도 나와 꼭 같은 방식으로 삶을 설명하는 사람들을 본다. 그걸 깨닫는 순간은 본능이다. 글을 보는 순간 확 덮쳐오는 무언가의 느낌이다.



내 도메인을 보고 누군가는 눈물을 떠올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소금기어린 물을 생각하면 으레 바닷물과 눈물 아니겠나. 이 경우 내 도메인의 속뜻은 눈물의 호수가 될 것이다. 글쎄, 하지만 내 페이지들이 마냥 눈물이라는 단어로만 느껴지거나 기억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별로 즐겁지 않은 얘기도 있긴 하겠지만 한없이 지루한 내용으로 이걸 채우고 싶지도 않고, 그럴 만한 대단하게 재미없는 일들만 있었던 것도 아닌 데다가 무엇보다, 정말로 내가 이걸 선택한 데는 그리 엄청난 뜻이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나는 솔트레이크를 생각하면 빛바랜 붉은 색의 병뚜껑을 떠올린다. 어디서 보았는지도 모르겠지만 60년대 즈음에 팔았을 법한 빈티지 맥주 라벨 같은, 크게 휘어진 S로 시작하는 Saltlake 문구가 들어있는 그런 것이다. 그리고 물안개와 뾰족하게 솟은 나무들이 있는 호수의 이미지도 함께 떠올린다. 이렇게 선명하게 상상할 수 있는 걸 보면 정말로 어디선가 본 건 아닐까? 이런 생각들을 할수록 단어의 어감이 더욱 마음에 든다. 그래서 saltylake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향하는 즉흥적인 즐거움이 이것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은 즐거움이 전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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