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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11.05 존재의 수치
- 2022.09.14 Human, a final frontier
- 2022.05.09 인간의 힘이란
- 2022.04.11 220411
인티제는 논쟁을 좋아하는 성격이라고 한다.
이건 맞으면서도 틀린 서술인데, 인티제는 논쟁을 즐기지 않지만 어떤 사실 또는 의견의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아주 중요하게 생각한다.
또한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의 영역에서는 자유롭게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으며 상대의 생각을 탐구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최적의 합치점을 찾기를 좋아한다.
그것이 이상적인 대화와 교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설령 정 반대의 다른 의견일지라도, 그 근본적인 이유를 나누고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왜?
아마도 상대방에게 호기심이 있고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냐면.. 관심이 없다면 애초에 그런 시간낭비를 할 이유가 없다.
바꿔 말한다면, 인티제는 당신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당신의 의견을 알고 싶고, 내 생각도 말해주어 이런 관점이 있음을 알려주고 서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나누고 '이해하고 싶어' 한다.
물론 이 과정은 때로 언뜻 보기엔 논쟁처럼 여겨질 수 있다. 이들은 알다시피 좀 집요하고.. 세세한 하나하나의 사실을 알아가는 걸 좋아하며, 가끔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모순을 콕 집어 온갖 질문폭격을 하며 상대방을 아주 성가시고 불쾌하게 만들 수도 있으므로..
그러나 그게 꼭 나쁜 의도가 있어서는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말하자면 너무 많은 게 궁금할 뿐이지 나쁜 사람들은 아니다.. 그냥 당신의 생각과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너무 궁금할 뿐이다. 궁극적으로 그런 하나하나의 정보를 그러모아 당신을 이해하고 당신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생각의 방향을 알고 싶어하는, 그러나 사람 대하는 게 좀 서툴고 자기 생각에 빠지기 쉬운.. 한 마디로 약간 삐뚤어지게 순수한 사람들이다.
그러니 너무 나쁘게 보지만은 않아줬으면 한다. 나도 안 그러려고 노력할 테니까... 😢
무엇이 결례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고 적당히 행동하는 인티제가 되도록 그들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실수를 좀 하더라도 너무 미워하지 않아줬으면 좋겠다.
그냥, 오늘 일기를 쓰며 내가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을 쓰는 것 같다.
오늘은 별다른 날이 아니었다.
아침부터 그리 슬프지도 않았고 속상한 일도 딱히 없고,
그저 여느 일상에서와 크게 다르지 않은 아침이었다.
물론 일어나니 두통이 좀 심했고, 곧 있을 행사 때문에 업무 스트레스가 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는 언제나 있었던 날이었다.
아침을 먹는데 그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우리는 평소 MBTI 얘길 좋아하는 편이다. 같이 보는 귀여운 동물 캐릭터 MBTI 채널이 있어서 종종 업데이트된 영상을 화제로 얘기를 하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근데 그건 지금 생각해도 주제도 너무 시답잖았다. 다시 생각해 봐도 별 것이 아니었는데,
정말 하찮은 주제로 얘기를 한 후 걷다가 생각지 못한 포인트에서
내가 박사과정을 한 후 TJ적 면모가 많아진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는 원래 intj/ infj가 반반쯤 나오는 사람이었는데, 실제로 요새는 간이테스트를 해보면 t가 좀더 높게 나온다)
그런가..? 나는 뭐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상사가 워낙 극한의 효율주의자(ENTJ) 라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인데 잘 못 느꼈던 걸수도 있다는 얘기를 했다. (=여러 가설을 내놓음ㅎ)
그런데 그 정도라면 괜찮았을 텐데, 한 발 더 나가 조금 더 얘기를 듣고 나는 왠지 모르게 순간 서운해져 울컥 눈물을 쏟고 말았다. 정말 미안하게도..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왠지 속상했고, 그런데 뭐가 그렇게 서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추측만 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 말을 한 대상이,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단 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전에 자조적으로 한 농담 중에 인티제는 똑똑한 척과 자아비판만 안 하면 행복할 거란 그에게 얘길 한 적 있다.
나는 내가 불완전하고 부족한 인간이란 걸 너무 잘 아는데, 항상 경각심을 가지려는 상황 중 하나가
바로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데 내가 아는 것을 말해주려 할 때' 이다.
나만 그런 건지, 혹은 대체로 인티제가 그런 건지, 일반화를 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나는 사회성이 좀 부족한 편이다.
이상하게 눈치는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상대의 상태나 기분을 감지하는 촉은 있으면서도 그에 대한 올바른 대처를 잘 못하는 편이라고 해야하나, 요령이 부족했던 것 같다.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내 말과 행동이 의도와는 다르게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진 경우가 많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쳤다.
심할 때는 사람을 만나는 게 너무 부담스럽고 두려울 정도로 타인의 관점을 신경썼다.
근데 이것도 모두가 그런데 나만 유독 하나하나 자기반성을 하고 신경을 쓰는 걸까?.. 솔직히 이것도 잘은 모르겠다.
아무튼 살다 보니 내가 조금 더 아는 것을 선의로 알려주고 싶어도, 혹은 다른 사람의 의견에 내가 아는 것을 덧붙여 공유하고 싶어도,
상황에 따라 상대방은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했다고 느끼거나 불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로서는 아무리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해 검증한 사실이고 좋은 정보였어도 그런 발언 자체가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내가 조금 더 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실례일 수 있다는 걸 조금 늦게 알았던 것 같다.
알고 모르고, 사실이고 아니고가 뭐가 중요한가..? 결국은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의 얘기라면 그냥 그것도 소중한 것인데.
그걸 깨달은 후로는 정말 조심스럽게 행동하려고 노력하고, 행동 하나하나도 신중하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은데..
나는 그냥 내 가장 가까운 사람이 그런 점을 꼬집으니 슬펐던 것 같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고 사랑하고, 가장 소중하게 대하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해 주다니,
내가 너무 안일하게 행동한 건 아닌가, 그리고 나는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던 건 아니었는데.
또 나는 그냥 아는 걸 공유하고 싶었던 거지 똑똑한 척을 하거나 내가 맞다고만 우기려던 건 아니었는데, 또 오해를 샀구나.
그는 아마도 내 입으로 한 얘기라, 그걸 인용해도 아무 문제 없이 농담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솔직히 나도 그랬다. 내가 듣기 전까진..ㅎㅎ
그치만 내가 정말로 '똑똑한 척'을 좀 한다는, 그러니까 아는 게 있으면 꼭 말해주려 하고 내 의견과 다르면 잘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은 생각보다 내게 큰 데미지로 다가왔다.
참 미안했다. 갑자기 이렇게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면 상대가 얼마나 당황스럽고 미안할까 알면서도,
나는 좀 속상했던 것 같다.
사실은 허를 찔린 거다. 내가 맨날 조심하자고 생각하는 그 포인트를 딱 찔린 거라 괜히 더 아팠을 뿐이다.
역시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은 다르구나.
인간은 완벽할 수가 없구나. 아무리 발버둥치고 노력해 봤자 태어난 천성은 바꿀 수 없고,
나는 멀리 오지 못했고, 많이 변하지 못했고 거기서 거기였구나.
아무리 잘난 척 완벽해지고 싶은 척 해봤자 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조차 꿰뚫어볼 정도로 날것의 나는 참으로 별 것이 아닌데..
가장 소중하게 대했다는 상대가 나를 그렇게 생각했다면, 나는 정말 그런 거겠지.
솔직히, 그 말을 한 상대가 그 사람만 아니었대도 나는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뭐래, 지는 얼마나 잘났다고? 하고 냉소적으로 생각하고 말았을 것이다.
나는 내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가차없이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나는 그냥 그 사람 앞에서는 그래도 완벽하고,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이고 싶었던 거다.
참으로 우습게도.
생각보다도 그렇게 절망스러운 기분은 아니다. 왜냐면 나는 이미 내 바닥을 알고 있어서..
그냥 그게 드러난 게 부끄럽고, 미안하고, 결국 나아지지 못한 게 슬픈 것 같다.
너무 불완전하고 부족한 게 많은 인간이라 부끄러운 오늘이다.
(+)
이 글을 쓰고 훌훌 털어낸 줄 알았는데 결국 이틀 내내 밤마다 눈물이 나서 힘들었다ㅎ..
나 정말 나약한 인간이구나.. 하..ㅋㅋㅋㅋㅜㅜ !!!
"그래? 내가 좀 그렇지. 괜찮아, 미안해, 내가 노력할게!" 라고 아무렇지 않게 웃을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고 싶었는데,
아직은 그 단계까지는 도달하지 못했나 보다.
많이 나아졌고 이제는 꽤 튼튼해졌다고 생각해도 이렇게 툭 치는 것만으로도 금방 무너질 만큼,
내 안의 어딘가는 여전히 연약한 상태일 수도 있겠구나.
잘 느끼지 못했지만 생각보다도 내 자존감이 많이 훼손되어 있었던 것 같다.
어쩌면 그의 말이 정말로 맞을 수도 있다.
박사과정을 하면서 나는 정말로 많이 힘들었기 때문에, 몇년간의 긴 터널을 겪으면서 그 시간이 생각보다 내게 큰 영향을 주었을 수도 있다.
(사실 그러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정도로 큰 전환점이기는 했다..)
그는 그 이전과 이후의 나를 줄곧 봐 왔고, 물론 나는 남들 앞에서는 좋은 모습만을 보여주려 많이 애썼기 때문일지 몰라도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나는 그냥 위에서도 생각했듯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가장 숨기고 바꾸고 싶던 내 단점을 지적하니
너무 부끄럽고 내가 너무 못난 사람인 것 같아 슬펐던 거다.
그렇게 노력했는데도 바뀌지 못한 내가 싫고,
또다시 제일 소중한 사람을 주눅들고 속상하게 만든 내가 너무 싫었던 거다.
그래도 나는 내가 정말 많이 노력했던 걸 알아서 그냥 앞으로도 쭉 노력해보려고 한다.
힘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나는 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노력하고자 하는게 그나마 내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무너져도 다시 애쓰며 나를 그러모아 그래도 힘내고 더 나아지자고 다짐할 수 있는 탄력성이, 내가 몇 년을 선생님과 상담하며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하며,
그래도 나의 몇 년의 삶이 헛되지는 않았다고 위안하며 나를 다독인다.
스스로 오픈마인드라고 하지만, 나는 고슴도치나 다름없다.
스스로에 대해서 깊고 깊게 파고들다 보니 역으로 인간의 넓은 가능성 또한 깨닫기는 했지만,
어쨌든 세상에 시달리기보다는 혼자 서서 달리는 걸 선호하는 독립적인 성격 탓에
결과적으로는 정말로 좁디 좁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종종 타인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고 때론 두렵기도 하다.
분명 좋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필시 무작위의 분포에 근접하게 누군가는 좋게 생각하고 누군가는 나쁘게 생각하며, 대다수의 사람들은 별 생각이 없을 것이다.
나는 상관없어, 라고 하지만 사실은 미지에 대한 두려움,
내가 인지할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불안감이 만든 벽일지도 모른다.
구석구석 내 손이 닿는 벽에 둘러싸여 살아가는 것은 안락하다. 덜 불안하다.
그렇지만 역시 내 손이 닿는 범위는 한정적이고 좁을 수 밖에 없다.
이 안락한 공간을 억지로 파고들려는 사람들에 대해 무의식적인 불편감을 느끼곤 하는데,
아는 것으로 가득찬 연못에 미지의 잉크가 떨어진 듯한 침입당한 감각과 혼돈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너무나도 나를 통제하고 싶고 알고 싶고 완벽하게 파악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러나 가끔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공간으로 굳이굳이 비집고 들어와
당당하게 한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리 따스하게 환대해 주지 못하는 나의 성격을 생각하면.
2주 전쯤은 내게 정말 힘든 날이었다.
그저 그렇게 괜찮은 날들이 흘러가던 중, 새로이 다짐했던 많은 것들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고,
그렇게 롤러코스터를 타듯 요동치는 감정들 속에서 어느 날 문득 내가 두어 해 전의 모습으로 퇴보한 건 아닐까 좌절스러웠다.
분명 어느 주는 조증 증세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에너지가 넘치고 사고싶은 물건들이 우수수 떠오르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낙관으로 가득했다가도
그 다음은 거짓말처럼 모든 게 재가 된 것 마냥 무기력하고 심한 도피욕구과 두통에 시달렸다.
일관되었다가도 불규칙한 식단 때문인지 호르몬의 영향인지 아니면 크기에 상관없이 내게 언제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가족 이슈 때문인지..
이럴 때면 정말 언제까지 스스로를 보살피며 줄타기하듯 평안하고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며 살아야 하는지, 얇은 유리로 만든 세공품마냥 한없이 유약하게 느껴지는 내면상태에 질리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하루 돌발적으로 연차를 내고 쉬어버리고 말았다. 정말 극도의 회피상태를 찍어버린 것이다..
그날은 주간회의도 있었는데, 주 내내 진전이 없는 듯해 답답하면서도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이미 월요일부터 미칠 듯한 초조함을 느끼고 있었다. 불과 그 전 주는 많은 것을 해낸 듯한 후련함과 충족감을 느꼈으면서,. 정말 확확 상태가 바뀌는데, 이게 내 완벽주의 때문이라는 걸 잘 알면서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가 없었다.
점점 줄어든 듯한 수면시간도 폭주해 거의 1시에 출근하기도 하고...
이 즈음의 거의 2주간, 그렇게 졸업이라는 두 글자가 멀어보인 적이 없었다.
그냥 자신이 없었다. 나는 영원히 하지 못할 것 같았고, 논문이라는 걸 마무리하지 못할 것 같았고, 이대로 버틸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정말 때려쳐야 하나? 이대로 그냥 수료해버리는게 맞는 건 아닐까, 어쩐지 미래의 언젠가 나는 이 길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예감마저 들었다. 극도의 불안과 도피심과 스트레스 때문이었는지 어느 날은 몇십 분이나 멍해져 있다 불현듯 정신을 차려보니 출근길 지하철이었다. 내가 여기서 뭘 하는거지? 싶은 비현실감에 사로잡혀 한동안 오늘이 언제인지, 무슨 요일인지조차 모호해 한참을 떠올리려 노력해야 했다.
지금은 괜찮지만 불과 얼마전인 그 때만 해도 너무 힘들었다 ㅜㅜ 결국 하루 연차내서 그냥 땅굴 속으로 도피해 버리고, 이후 조금 여유를 가진 상태에서 나름의 공부계획을 설계하는 걸로 어느정도 최악의 상태를 벗어났지만 아마 앞으로도 언제든 그런 수렁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렇게 휘청거리고 우왕좌왕 할지언정 스스로의 상태와 예비신호를 감지하고 어떻게든 나를 원위치로 돌려놓을 수 있는 이 힘이 내가 몇 년간 스스로를 돌아보고 선생님과 무수한 대화를 나누며 얻어낸 값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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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울삽화라고도 표현할 수 있는 어둡고 무기력한 어느 날의 와중, 꿈에서 할아버지를 만났다.
자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왜 이렇게 많이 자는 걸 좋아하냐며 너털웃음을 짓던...
생전 할아버지의 목소리 그대로였다. 꿈 속에서도 아, 이건 꿈이구나 단번에 알았던 것 같다.
내가 너무 힘들어해서 꿈에 와주신 걸까? 너무너무 반가웠지만 동시에 할아버지는 편히 쉬셔야 하는데,
계속 땅을 내려다보며 나를 걱정하고 염려하시면 안 되는데, 싶어 서글펐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 할아버지는 별 말씀 없이 머리맡에서 한동안 나를 지켜보고 일어나셨다.
그게 너무 아쉬워서 떠나시려던 할아버지의 발을 불쑥 붙잡고 말했다. 할아버지 사랑해요, 하고.
나는 누워있기 때문에 할아버지의 얼굴과 표정을 볼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말만은 꼭 할아버지께 닿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눈물이 많이 났지만 대답을 듣고 싶어서, 할아버지에게 내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달되었다는 걸 확인받고 싶어서
계속 할아버지의 발을 붙잡고 울면서 사랑한다고 말했다.
한동안 말씀이 없으시던 할아버지는 그래, 하고 대답을 주셨고 그 후로 잠에서 깬 것 같다.
깨어나서도 한참을 눈물이 줄줄 흘렀다. 잠시간 내 생활에 잊고 있던 그리움과 슬픔이 밀려와서 참기가 힘들었다.
동시에 할아버지가 근면 성실 정직을 말씀해 주셨는데 내가 이렇게 살아선 안 되는데, 이렇게 나태해선 안 되는데 싶어 후회스런 마음과 함께 죄송스럽고 안타까웠다.
이상하게도 그 때 내 몸도 마치 아주 오랜 시간 누워있다가 일어난 것처럼 굳어 있었다. 그 일은 정말로 그리움이 불러낸 단순한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할아버지와 나는 여전히 이어져 있는 것이다..
오랜만에 할아버지의 모습을 봐서 너무 반가웠지만.. 그렇지만 동시에 나는 할아버지가 주님 곁에서 편안히 쉬셨으면 좋겠다. 아무 걱정과 염려와 근심 없이... 평화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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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험을 잊지 않고 우울의 늪에서 빠져나오자 마자 생각했다. 나는 할 수 있다고.
일상과 반복에 매몰되어 내가 바라는 것과 동시에 할아버지가 가장 바라셨던 일임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할 수 있고, 성공적으로 내가 원하는 걸 이루어낼 수 있다.
그럴 충분한 능력이 있음을 의심치 말고 노력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