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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삼재가 지나고도 하루이다. 꼭 3주가 되는 날 ...

 

그 이후로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 마음 속에서도 밖에서도.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나의 삶과 태도에 대해서도 돌이켜 보게 되었다.

처음으로 지키고자 생각하게 되었으며, 이토록 간절하고 절절하게 바랄 수 있구나 하는 것도 깨달았다.

외적으로는 또 잘 살고자 나름대로의 몸부림을 치게 되었다.

여러모로 나와 내 주변의 현실에 대해 자각하고 집중하게 된 것 같다.

 

인간은, 결국 상실이 있어야만 깨닫는 걸까?

그러나 이제 지나고서 후회하기에는 너무 주어진 시간이, 지금이 소중하다는 걸 느꼈다.

그 모든 순간이 너무나도 소중하고 아름다웠음을, 

언제나 지나고서 추억하기에는..

 

특히 가족과 신앙생활에 대해서는 거의 180도 바뀐 태도와 마음가짐으로 지내고 있다.

십 수년간 너무도 소홀했다는 걸 깨달은 큰 두 가지인 것 같다.

시간의 무서움을 몸서리치게 깨달아버린 뒤 세어보니 시간이.. 이 또한 남은 시간이 너무 짧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긴 시간은 아닐지라도 매일 함께하는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다. 퇴근하고 다만 최소한 30분, 한 시간이라도.

뭔가 대화를 하고, 함께 거실에 앉아 있고, 내가 관심있는 것을 얘기하고 또 부모님이 무언가 이야기를 하면 귀 기울여 들어주고.

 

삼우제를 끝내고 돌아온 날 나 스스로 약속한 것이 단 한 가지 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족들의 말을 귀 기울여 들어줄 것.

그들이 원하는 것, 그들이 생각하는 것, 그 어떤 상황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진심과 정성을 다해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것.

 

거꾸로 생각해 보면 사실 내가 평생토록 가장 바랐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 바라기만 하지 말고 내가 먼저 실천해줄 것을 나와 약속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물리적인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었다.

최대한 그들을 헤아리려 노력하고, 이해하고, 공감해 주고자.

그래서 언제가 될지 모르는 끝까지 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가 되어줄 수 있도록.

 

예전에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가인 김태원 씨가 딸에 대해 한 말이 있다.

“이 친구(딸)가 태어날 때부터 제가 제 자신과 약속한 게임이 하나 있습니다.

죽을 때까지 내가 친구라고 착각하도록 연기를 하자고 말입니다."

 

그렇게 그들의 친구가 되는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가족이고 그렇게 해줄 수 있는 것 또한 나 뿐이므로.

 

 

신앙 생활에 대해서도 참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삼 주째 거의 매일 묵주기도를 올리고 있다. 물론 결심과 달리 며칠 빼먹긴 했는데.. ^^;

아무튼 그래도 엄청난 변화다. 

 

나는 사실 천주교 모태신앙으로 태어나 영아세례를 받고 어릴 때 주일학교를 다니며 영성체를 받았다.

크게 독실하진 않았으나 그래도 주일에는 성당도 꼬박꼬박 다니고 부활절엔 계란도 색칠하는 신자였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공부하느라 성당을 부실하게 다니다가 그만 십 년 넘게 냉담자냉감자로 지내게 되었다.

 

그 뿐인가, 같은 무렵 철학과 독서에 빠져들며 신이란 존재에 대한 나만의 개똥철학(...)을 세우게 되어 의도적으로 형식적인 제례를 거부했다.

이게 어느 정도였냐면, 단순한 고집은 아니었어서 모교인 모 대학교 채플 거부에 동참하기까지 했다.

기독교 수업에서도 대놓고 종교에 대해 무지 시니컬한 에세이를 쓰기도 하는 등..

하여간 분명 유신론자이긴 했으나 종교의 분화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고, 특히 정형화된 형태와 관습에 엄청 염증을 보였다.

 

그렇지만 그 모든 고집과 아집, 나름대로 옳다 믿었던 신념조차 모두 내려놓게 만드는 것이, 어딘가엔 존재한다.

그 모든 것을 버리고서라도 간절하게 바라는 것이.

 

이토록 절실하게 무언가를 바래본 것은 진정 처음이었다.

정말 억겁의 시간을 넘어서라도 간절히 바라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은 사랑이 아닐까?

 

 

종교는 이성의 담론으로는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믿음이란 이지보다 위에 존재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저마다 이런 간절한 소원을 품고 있기 때문에 종교를 가지게 되는 것이구나 깨달았다.

또 이런 바람을 가지게 되면 그 어떤 형식이든 뭐든 중요치 않구나 싶었다.

 

솔직히 말하면 종교에서 말하는 특정한 신의 형태에 대해 큰 믿음을 갖고 있지는 못하다..

여전히 회의감은 존재하며 내 기도는 여전히 무어라 정의할 수 없는 절대자를 향한 것이지만,

적어도 알아가려고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몇 천년을 이어져온 사상에는 분명히 그 의미가 있을 것이고 그에 따른 형식과 제례도 괜히 생겨난 것은 아닐 거라고..

그렇게 겸손해져 간다. 가족도, 종교도, 많은 것에서..

 

 

-

기도를 하는 만큼 묵주도 계속 착용하고 있다. 앞으로 일상생활에서도 항상 지니고 다닐 것 같다.

사실 처음으로 지니기 시작한 것은 보호의 의미였다.

입관식 직후와 그날 밤에 정말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한기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아무튼 겨우 잠들고 깨어나자마자 묵주를 찾아 지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그 날부터 줄곧 착용하기 시작했다.

 

일상생활은 잘 유지하고 있고 오히려 운동이며 이것저것 하느라 더 활동적으로 보내는 것 같은데,

확실히 신경이 많이 예민해져 있어서 잠은 여전히 잘 못 자는 것 같다.

그래도 운동을 시작하니 확실히 나은 것 같다. 건강해지면 더 괜찮아지겠지.

 

처음으로 내 손으로 묵주도 사서 끼고 엄마에게 선물도 했다.

너무 좋아하시는 걸 보며 진작에 이렇게 해볼 걸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내 마음에 꼭 드는 묵주를 발견해서 오래 고민을 하다 결국 어제 사버렸다.

 

사이즈 때문에 이런저런 일도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엄마한테 선물을 두 개나 해 드릴 수 있게 됐고ㅎㅎ

나도 꼭 마음에 드는 묵주가 생겨 너무 좋다.

멋진 것도 멋진 것인데, 무엇보다 원석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름도 호크아이, 매의 눈이다.

직감적으로 무언가를 꿰뚫어보는 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래 고민했는데 어쩐지 보면 볼수록 마음에 들고 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항상 나는 본질을 알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데, 내 이름 글자에도 이런 글자가 들어선지 모르겠지만

여러 모로 내게 꼭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축성을 받을 때도 주임 신부님께서 내 손을 꼭 잡고 정성스럽게 기도를 해 주시고 미소지어 주셔서 아주 기뻤다.

날 잘 보호해주고 도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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