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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은 매주 재마다 성당을 가며 챙겨서 그런지 항상 할아버지 생각이 많이 난다.
7주 만에 나도 모르게 습관이 들었는지.. 내 무의식이 어떤 사이클을 따라 일주일을 돌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관성이 강해서 바쁠수록 오히려 일상에 활력이 있고 늘어지면 한없이 늘어지는 스타일이다. 마치 고무줄 같이..
요즘은 챙길 것도 많고 할 것도 많아서 플래너에 일정을 적다 보면 마치 벽돌처럼 시간을 조립하며 생활하는 기분이 든다. 
심지어 요샌 정리욕구가 더 강해져서 가방 안 소지품도 파우치로 정리해서 들고 다니고 하여간 시간이든 물건이든 자주 보고 쓰는 건 정돈을 해야 흡족하다.
이럴 때면 내가 J라는 것을 아주 강력하게 실감하게 된다 ㅋㅋ  
예전엔 엥 J라니 나 P 아냐? 하고 좀 의아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내 본성은 J임을 깨달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생활을 잘 챙기며 비교적 잘 지내고 있긴 하지만.
종종거리며 지내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여전히 그 곳에 있다.
잔디밭과 진구와.. 동대문 거리와.. 지하철 많은 곳에, 많은 장소와 시간에..
아무래도 내 마음 어딘가를 조금씩 그 곳들에 뿌려두고 온 것 같다.
아직도 나를 부르시는 목소리가 귀에 생생한데..
 
아쉬움이라면.. 마지막 시간을 같이 보내지 못한 죄송스러움이 너무 크다.
후회는 할수록 끝이 없어 덧없다 생각하나 단 하나 정말로 후회스러운 것은..
한 번이라도 모시고 여행을 떠나볼 것을.
가족여행으로 다같이 가는 그런거 말고 내가 먼저 할아버지와 가고 싶다고, 여기 가 보자고 말씀드릴걸.
입시 때 자주 못 뵈어서 아쉬워하시던 할아버지께 대학 가면 할아버지 할머니랑 여행 많이 갈 거라고 약속했는데. 
나는 어째서 그 약속을 단 한 번도 지키지 못했을까......

갓 울타리를 벗어나 더 넓은 세상을 만나서는
처음으로 마주하는 낯선 조류를 따라 바삐 헤엄치느라 정신이 없었고,
조금 자라 가까스로 주변을 돌아볼 수 있었을 때엔 
이미 때가 늦어 두 분 모두 비행기를 타는 걸 힘들어하시게 되었다.

그 때는 물론 당시 막 알을 깨고 나오던 나로서는 
천지개벽과 다름없이 인생과 세계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였지만
그럼에도 지금 생각하면, 나 자신만에게 매몰되었던 지난 시간들이 참 후회스럽다.
그 시간들이 있어서 나는 성장하고 지금껏 생존하였으나
언제나 곁에 있을 때는 실감하지 못한다는 간단한 진리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 정작 좁은 시야로 놓쳐버렸던 것이다.
얼마나 얄팍한 오만함인가.

어쩌면 계속계속 기억하고 계셨던 것이다.
담담하면서도 일견 무표정해 보였던 모습은 어쩐지 슬픈 기운으로 내게 기억되고 있다.
나는 너무 많은 걸 받기만 해서 그 때까지도 나를 둘러싸고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했다.
한 번만이라도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다면..

부디 나도 정말로 당신을 사랑했음을 알아 주시기를.
내 안에 품고 있는 가장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들은
바로 당신께서 마련해 주신 터전 위에서 꽃을 피웠음을..
부디 알아 주셨기를.
그리고 나를 용서해 주시기를...
평안히 안식하세요. 나의 할아버지.

-다시 만날 생을 향하여 걸어가는 어느 날, 

당신의 사랑하는 손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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